서 화백은 1929년 대구의 한 한학자이자 항일지사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레 민족의식이 몸에 밴 채 자랐습니다. 일찍이 서예와 시를 배웠고, 46년에는 서울대 미대 1대 학생으로 입학하며 한국 미술과 묵법을 배워 간결한 선과 담채에 의한 담백한 표현을 주로 했습니다.

이는 전통 미술의 결을 이은것이기도 하지만, 당시 화단에서 주를 이루던 왜색풍 채색화에 반발한 것이기도 합니다.

해방 이후엔, 동양화 1세대로 활동하며 보편적인 전통화에서의 탈피를 위해 추상주의를 도입하였고, 한국화와 서양 미술을 성공적으로 융합시키며 동시대 동양화가 중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부상했습니다. 26세부터는 서울대학교 미대 교수로 활동하며 40년간 후학 양성에 집중했습니다.

70년대 후반 작업에서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사람에 집중하며, 그를 대표하는 시리즈인 <사람들> 연작을 시작합니다.

<사람들> 연작은 한국 전통의 지필묵을 활용해 조선 문인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담아낸 작업입니다.

서세옥은 단순한 점과 선 만으로 사람의 형상과 군중의 움직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묵법이 빚어내는 여백의 미를 그려냈습니다. 그가 그린 사람들은 연령, 성별, 인종을 구분할 수 없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어우러져 춤추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 사람의 손은 옆 사람과 손과 이어지고, 그 위 사람의 발과, 아래 사람의 손으로 또 이어지며 마치 강강술래를 하는 듯 모두 하나로 연결됩니다. 농묵의 짙은 흔적에선 강렬함이 느껴지고 먹의 번짐에서는 파동이 전해져, 붓이 지나간 자리는 춤사위가 됩니다.

서세옥은 기교를 초탈한 조선 문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담백한 표현을 중요히 여겼습니다. 그는 자연의 근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없이 뼈대만을 남겨야 한다고 말하며 점과 선 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지식인의 전유물이었던 문인화가 서세옥의 손을 거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게 된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화가이자 서예가, 그리고 시인이었던 산정의 격하지 않은 담담한 필체와 꾸밈없는 언어로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화가도 인간이다. 인간에 흥미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인간 형상을 다각적으로 표현한다. 외톨이가 있고, 함께 울고 웃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몸통은 사라지고 인간이라는 껍데기만 남긴 작품도 있다.

다양한 군상으로 인류의 수많은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서도호 작가는 ‘집’과 ‘카르마’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며 해외에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를 가장 대표하는 소재는 ‘집’입니다.

그가 이렇게 '집'에 집중하게 된 것은 고향의 한옥이 시작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서세옥 화백은 창덕궁 연경당의 사랑채를 모델로 한옥을 짓고 살았습니다. 당시에도 한옥에 사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기에, 서도호 작가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대문을 열고 학교 갈 때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경험을 했고,

밖에 있다가 집에 돌아올 땐 타임머신을 타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대학 시절까지 지내고,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런던과 뉴욕을 오가며 커리어를 쌓던 서도호 작가에게 한옥은 그리움의 대상이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였습니다.

서도호는 그리운 대상을 계속해서 생각하다, 자연스레 고향의 한옥과 뉴욕의 아파트를 ‘연결’한다는 발상을 하게 됩니다.

1. 한옥과 아파트의 충돌

“사는 공간은 바뀌지만 살았던 공간에 대한 기억은 거미줄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는 것 같다.

달팽이가 집을 이고 가는 것처럼 그 기억을 안고 다른 곳으로 간다.”

2. 운명의 바람에 휩싸여 미국으로 날아온 한옥

고층 건물 한 모퉁이에 한옥 한 채가 날아와 박힌 형상의 설치 작품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UC 샌디애고 캠퍼스에 설치된 <별똥별(Fallen Star) - 1/5> 인데요. 실제 크기의 1/5로 제작했기에 작품명이 위와 같이 지어졌습니다.

한옥이 태풍에 휩쓸려 미국으로 날아가 타운하우스에 부딪히며, 서로 다른 공간에 있어야 할 전혀 다른 두 집은 '한 몸'이 되었습니다. 서도호는 ‘충돌’을 통해 자신이 겪은 문화충격을 표현했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도시에서 공부하는 학생, 직장을 다니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시골집의 그리움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고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3. 어디서든 꺼내 펼쳐볼 수 있는, 접는 집

서도호는 천과 바느질로 실사 크기의 집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집 뿐만 아니라,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 기둥, 지붕, 가구, 계단, 세면대, 변기까지 통째로 천으로 박음질해 전시장으로 옮겼습니다.

그의 대형 집 연작은 재봉틀로 40%정도 완성하고, 나머지 60%는 전부 손바느질을 하는 엄청난 프로젝트입니다. 가볍고 빛이 투과되는 재질의 천을 사용해 환상적인 느낌이 더욱 배가됐고,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은 추억을 적합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 대형 집 연작은 서도호를 세계적인 예술가로 단숨에 끌어올렸습니다.

서도호는 자아와 타자,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 개인과 집단 등 상반된 요소에 주목하며, 그 경계를 ‘집’을 통해 표현합니다. 그에게 집이란 개인이 가진 최소한의 공간이자, 자아입니다. 타자와 구분되는 지점이면서, 이들과 관계 맺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직접 겪은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사회문화적 충돌과 결합에서 발생하는 개인-개인, 개인-집단 사이의 경계, 그리고 그 경계를 넘는 소통을 표현합니다.

또한 서도호의 작품에는 한국적인 정취가 많이 묻어있습니다. 작품 속 한국적인 요소들은 그의 개인 이야기이지만, 그는 이를 통해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고, 세계 최고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하며 백남준, 이우환을 잇는 한국의 대표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1962, 서울 출생

1987, 서울대학교 동양화 전공 석사

1994,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회화 전공 석사

1997, 예일대학교 조소과 전공 석사

1998, 카파 미술상 수상

2001,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2004, Smithsonian Museum of Asian Art, 워싱턴

2005, Maison Hermes Japan, 도쿄

2007, Lehmann Maupin, 뉴욕

2013 올해의 혁신가상 수상

201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8, Smithsonian, 워싱턴

2022, Museum of Contemporary Art, 시드니